The Economist 2025년 3월 29일호
Article: One island, two worlds
빌어먹을 섬 하나에 두 개의 세상이라니.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읽는 내내 역겨움이 치밀었다. 아이티. 그 썩어 문드러진 지옥도. 수도 외곽 빈민가에서 갱단 두목 놈이 자기 애가 죽은 게 부두교 때문이라며 늙은이들 200명 넘게 죽였다지. 그것도 닷새 만에. 시체를 토막 내고 불태웠다? 인간이길 포기한 짐승 새끼들. 수도의 90%를 갱단이 장악하고, 작년에만 5,600명이 길거리에서 개죽음당했다. 새해에도 달라진 건 없고, 지난달에만 6만 명이 폭력을 피해 집을 버리고 도망쳤다. 도시 전체가 붕괴 직전이라는군. 그래, 저게 바로 통제 불능의 나락이다. 힘없는 자들의 비명만이 가득한 곳.
국경 너머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는 딴판이다. 식민지 시대 옛 거리에는 재즈가 흐르고 카페와 레스토랑은 손님으로 넘쳐난다. 두 시간만 달리면 나오는 푼타카나 해변에는 칵테일을 홀짝이는 한심한 휴양객들로 가득하다지. 작년에만 1,1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단다. 멕시코 다음으로 많다고? 웃기는군. 한 지붕 아래, 한 기후 아래 있는 섬이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나. 도미니카 놈들이 아이티 놈들보다 11배나 더 잘 산다는 통계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그냥 자연의 잔인한 농담, 혹은 인간의 무능과 탐욕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두 나라는 비슷하게 가난했다. 아이티 놈들은 18세기 말, 프랑스를 상대로 벌인 노예 반란의 대가 때문에 저주받았다고 징징댄다. 그래, 세계 최초로 성공한 노예 반란. 멋진 말이지. 하지만 그 대가로 프랑스 은행에서 뜯어낸 악랄한 대출금으로 독립을 사야 했고, 1957년까지 국가 수입의 평균 19%를 빚 갚는 데 쏟아부었다. 빌어먹을 시작이긴 했다. 하지만 그게 오늘날 이 지옥도의 모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변명일 뿐이지. 실패자들의 영원한 레퍼토리. 스페인 식민 지배 역시 도미니카의 성장을 막았고, 독립 후에는 아이티가 22년간이나 이웃을 점령하며 수십 년간 피를 뿌렸다. 1937년 '파슬리 학살'에서는 도미니카 군인들이 파슬리 발음 하나로 아이티인 2만 명을 학살했다. 증오는 지금도 여전하다. 과거의 상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그것을 딛고 일어서지 못하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