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 : 프로이트 -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증
밤이 깊었다. 서재의 불빛만이 창백하게 책상 위를 비추고 방금 덮은 프로이트의 논문,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의 잔상이 아직도 망막에 선명하다. 마치 금속성의 차가운 메스가 정신의 가장 연약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헤집고 지나간 듯한 감각이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의 편린들이 거기 있었다. 희생 없는 성장은 없다는 것, 그 희생의 가장 근원적인 형태가 바로 이 문명이라는 거대한 제단 앞에서 치러지는 본능의 제례(祭禮)라는 것을 그는 너무도 냉정하게, 거의 잔인할 정도로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