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3월 15일호
Article: Europe’s other front: peaceniks vs hawks
유럽은 도대체 언제까지 미국에 기대어 자신의 방어를 해결할 생각인가? 우아한 사교계의 레이스 장갑을 끼고 세계 정세를 논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유럽의 상황은 아름답게 꾸민 프랑스식 저택에서 열리는 살롱 토론회가 아니라 차가운 금속 냄새와 화약의 연기가 흐르는 전쟁터에 가깝다. 트럼프가 무자비하게 우크라이나 원조를 끊고 유럽의 안보를 흔들어 놓은 순간, 유럽은 마침내 현실을 직시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발트 3국과 폴란드는 이미 전쟁 준비를 끝냈다. 국경 너머 러시아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살다 보면 전쟁 준비는 생존의 필수품이다. 그들은 더 이상 좌우파를 따지지 않는다. 단 하나의 목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예산을 국방비로 돌린다. 폴란드는 GDP의 5% 가까이를 무기 구입에 쏟아붓고 있다. 에스토니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평화란 전투기가 머리 위를 지킬 때 비로소 확보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독일은 여전히 과거의 죄책감과 낡은 평화주의의 늪에 빠져 있다. 전쟁을 두려워하는 그들은 정작 전쟁을 부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약함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다. 메르츠 총리는 어정쩡한 정치적 타협을 찾느라 헛발질을 하고 있고, 좌파와 극우파는 평화의 환상을 이용해 국가의 방어력을 무너뜨린다. 독일이 약하면 유럽 전체가 약해진다.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다.
프랑스는 어떠한가? 마크롱은 유럽의 자주 국방을 외치지만 그의 호화로운 레토릭 뒤에는 텅 빈 국고와 한계까지 짜낸 세금만 존재한다. 이탈리아 국민은 방위비를 늘리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돈은 어디서 날 것인가? 국민은 복지 혜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인은 표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모순을 뛰어넘기 위해 유럽은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은 미국의 군사력에 기댄 안이한 방식을 이제 포기해야 한다. 진정한 독립적 방어 능력을 가지려면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재정을 확보하는 것도 모두 유럽 스스로의 몫이다. 지금의 유럽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