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9일호
Article: Can the euro go global?
달러의 아성이 흔들리는 시대, 그 빈자리를 유로가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질문은 단순한 환율 전망을 넘어 세계 금융 질서의 재편 가능성이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고대 아테네의 테트라드라큼 은화에 새겨진 지혜의 올빼미처럼, 신뢰와 안정을 상징해야 할 기축통화의 자리가 위태로워 보이는 지금, 유로존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찾아온 이 기회는 동시에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기사가 지적하듯, 유로는 출범 이후 줄곧 달러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졌지만 뼈아픈 유로존 위기를 겪으며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지정학적 격변을 거치며 유로존의 금융 시스템과 정치적 의지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실체와 의미,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을 깊이 파고들어야만 '유로의 세계화'라는 가능성의 실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LoLR)' 역할을 확립했다는 분석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은 금융 시스템 위기 시, 즉 시중 은행들이 자금 부족으로 연쇄 도산할 위기에 처했을 때 마지막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여 시스템 붕괴를 막는 기능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는 이 개념을 국가 부채 위기로 확장시켰다. 특정 회원국(예: 그리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자, 유로존 전체의 안정이 위협받았다. 초기 ECB는 설립 조약상 특정 국가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거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이는 유로존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각 회원국은 유로화라는 공동 통화를 사용하지만, 재정 정책은 개별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였기에, 위기에 처한 국가가 스스로 화폐를 발행하여 빚을 갚을 수도 없었다. 각국의 중앙은행(예: 독일 분데스방크, 프랑스 방크 드 프랑스)은 존재하지만 이들은 유로화 발행 권한이 없다. 유로화 발행 및 통화정책 결정 권한은 오직 프랑크푸르트의 ECB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ECB의 통화정책 결정을 자국 내에서 집행하고, 지급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며, 금융 안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마리오 드라기 당시 ECB 총재의 "무엇이든 하겠다(whatever it takes)" 선언과 함께 시작된 국채 매입 프로그램(OMT 등)은 ECB 역할 변화의 서막이었다. 팬데믹 시기에는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을 통해 1조 8천억 유로가 넘는 막대한 규모의 회원국 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하며 시장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아가 2022년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특정 국가의 국채 금리가 다시 불안정하게 급등하자, ECB는 '전달경로 보호기구(TPI)'라는 이름의 무제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특정 국가의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정책 수단을 마련했다. 즉, ECB는 이제 개별 국가의 부도 위험이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경우, 적극적으로 해당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여 금리를 안정시키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실상의' 국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장에 각인시킨 것이다.
여기에 더해, EU 차원의 '공동 부채 발행'은 또 다른 중요한 진전이다. 팬데믹 극복을 위해 출범한 '경제회복기금(NextGenerationEU)'은 EU 집행위원회가 EU 전체의 이름으로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각 회원국, 특히 피해가 큰 남유럽 국가들에 보조금이나 저리 융자 형태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EU 차원의 강력한 재정적 연대와 위기 공동 대응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전까지 EU 예산은 주로 회원국의 분담금으로 충당되었으나, 공동 부채 발행은 EU 자체의 신용도를 바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