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의 삶 : 화폐는 뭐고 통화는 또 무엇인가?
화폐와 통화는 다르다. M1 기준으로 설명한다. M1이 무엇인지 몰라도 글을 읽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 간단히 설명한다.
화폐는 중앙은행이 찍어낸 지폐, 동전, 그리고 이전가능요구불예금을 의미한다. 현금이나 동전이 무엇인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전가능요구불예금도 이름이 조금 이상해서 그렇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거다. 이체 가능한 예금을 말한다. 우리 모두 이런 예금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내 주머니 속에 있는 지폐 천원과 동전 백 원은 화폐인가? 그렇다. 화폐다. 은행이 자기 금고 속에 넣어 둔 만원 지폐는 화폐인가? 그렇다. 화폐다. 그럼 내가 은행에 가지고 있는 이체 가능한 예금은 화폐인가? 그렇다. 화폐다.
이제 약간 어려운 거 설명한다. 나 같은 개인은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같은 시중은행을 상대로 예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을 상대로 예금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묻겠다. 우리은행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이체 가능한 예금은 화폐인가? 그렇다. 화폐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이체 가능한 예금은 화폐인가? 그렇다. 화폐다.
자, 이제 당신은 화폐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럼 도대체 통화는 무엇인가?
통화는 비예금민간이 가지고 있는 화폐를 말한다. 비예금민간이란 중앙은행, 시중은행, 정부를 제외한 경제주체를 말한다. 삼성은 비예금민간인가? 그렇다. 미래에셋은 비예금민간인가? 그렇다. 우리은행은 비예금민간인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비예금민간인가? 아니다.
나는 통화가 비예금민간이 가지고 있는 화폐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 들어간다. 삼성이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이전 가능한 예금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이건 통화인가? 그렇다. 우리은행이 금고에 넣어 둔 만원 지폐는 통화인가? 아니다! 왜 아닌가? 우리은행은 비은행민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은행민간이 가지고 있는 화폐가 통화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자기 금고에 넣어둔 지폐는 통화가 아니다.
어려운 질문 들어간다. 하나은행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이전가능요구불예금은 통화인가? 아니다! 왜 아닌가? 하나은행은 비예금민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에셋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이전가능요구불예금은 통화인가? 그렇다. 왜? 미래에셋은 비예금민간이 맞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당신은 통화가 무엇인지 알았다. 다시 말한다. 통화는 비예금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를 의미한다. 뭐라고? 비예금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가 통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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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말 어려운 질문 하겠다. 한국은행이 우리은행에 돈을 대출해주었다고 하자. 이때 통화량이 늘었는가? 대답하라! 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우리은행에 돈을 대출해주면 ‘화폐량’는 늘지만 ‘통화량’는 늘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삼성이나 LG에 대출을 해주어야 통화량이 늘어난다. 삼성이나 LG가 비예금민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신문에서 “한국은행이 돈을 풀었어도 통화량이 늘지 않고 있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한국은행이 우리은행에 돈을 대출해주면서 말한다.
“야, 돈 줄 테니가 이 돈을 빨리 비예금민간에 대출해줘라. 그래야 통화량이 느니까.”
우리은행은 이제 한국은행이 준 돈을 비은행민간에게 대출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비예금민간이 죽어도 대출을 안받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바로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통화량이 늘지 않는’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가? 비예금민간이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꿈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경기침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