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9일호
Article: How Trump might topple the dollar
세상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질서가 흔들릴 때, 그 균열의 소리는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불안의 파동은 깊고 넓게 퍼져나간다. 수십 년간 세계 금융 시스템의 흔들리지 않는 닻으로 여겨졌던 미국 달러가 이제 그 견고함에 의문을 제기받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은, 단순한 시장 분석을 넘어 지정학과 경제가 얽힌 거대한 서사의 전환 가능성을 암시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달러의 미래는 안개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드는 형국이다. 기사가 지적하듯, 과거 금융 시장의 공포는 역설적으로 달러 강세로 귀결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관찰되는 시장의 반응은 이 오랜 공식을 배반하며 달러를 둘러싼 근본적인 신뢰 구조에 미묘하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변화의 심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 시장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 즉 미국 국채와 달러 가치, 그리고 수익률 간의 복잡한 삼각관계부터 해부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참여자들은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본능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다. 역사적으로 그 가장 확실한 피난처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의 정부가 보증하는 채무 증서, 즉 미국 국채(Treasury)였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미 국채를 매입하려 할 때, 그들은 필연적으로 거래 통화인 미국 달러를 필요로 한다. 마치 한정된 수량의 명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 그 명품의 가격이 치솟듯, 미 국채 매입을 위한 달러 수요의 증가는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이것이 바로 '공포 속 달러 강세'라는 현상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반대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거나 투자자들이 기존에 보유하던 국채를 매도하려 하면 달러 수요는 감소하고 이는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채권의 가격과 수익률(yield)은 시소와 같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관계다. 채권은 발행 시 정해진 이자(쿠폰)를 지급하는데, 시장에서 이 채권의 가격이 변동함에 따라 실제 투자자가 얻는 수익률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달러에 연 2달러의 이자를 주는 채권이 있다고 하자. 만약 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시장 가격이 110달러로 상승하면, 새로운 투자자는 110달러를 내고 사서 여전히 연 2달러의 이자만 받게 되므로 실질 수익률은 2/110, 즉 약 1.82%로 낮아진다. 반대로, 채권 수요가 줄어 시장 가격이 90달러로 하락하면, 투자자는 90달러만 내고 사서 연 2달러의 이자를 받으므로 실질 수익률은 2/90, 즉 약 2.22%로 상승한다. 따라서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와 정확히 일치한다. 가격 변동이 원인이고, 수익률 변동은 그 결과다. 즉,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최근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공포 상황에서도 미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거나 심지어 매도하여 국채 가격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트럼프 행정부, 혹은 그 주변 인사들이 보여주는 '달러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기사에서 언급된 '해외 보유 국채 과세 제안'(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는 외국 중앙은행이나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 소득 등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극단적인 아이디어로, 사실상 외국인들의 미 국채 보유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해 행위에 가깝다. 또한 J.D. 밴스 부통령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및 주요 준비자산으로 사용되면서 외국인들의 달러 자산 수요가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높게 유지시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무역 적자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은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축소시켜 달러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미국 산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