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3월 8일호
Article: Democrats are struggling to respond to Trump
민주당의 현 위기는 정치적 몰락을 넘어 정체성의 몰락이다. 2024년 대선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당의 뿌리 깊은 자기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의 성과를 해체할 때 민주당은 무기력하게 관망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더 괴롭히는 건 트럼프의 파괴적 행보가 아니라 자신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하는 존재론적 혼란이다. 한때 노동자와 서민의 권리를 부르짖으며 탄생한 민주당은 이제 실리콘밸리 억만장자와 대도시 엘리트들의 취향을 충족하는, 고상하지만 무기력한 문화 클럽으로 전락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그들이 오래도록 품었던 지지층으로부터 잔혹한 배신을 당했다.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은 무너졌고, 30대 이하 젊은 세대는 분노와 냉소로 등을 돌렸다. 노동계급은 민주당에게 “더 이상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적대적인 결별을 택했다. 당이 밀어붙였던 정체성 정치와 과도한 규제는 일반 유권자에게 숨 막히는 검열과 억압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기업과 대학 캠퍼스에서 열광하는 언어의 순결성을 집요하게 요구하며 자신들의 메시지에 반발하는 이들을 '몰상식한 자'로 낙인찍었다. 대중은 민주당이 ‘정치적 올바름’을 무기로 대중의 자유로운 생각과 발언을 재단하려는 것을 느꼈고 이는 일종의 폭력처럼 다가왔다.
민주당이 놓친 핵심은 정당의 본질이 ‘도덕적 우월성’이 아니라 ‘실질적 삶의 개선’이라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정치 스타일이 거칠고 저급하다고 비판받지만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네 삶이 망가진 건 민주당 때문이다”라는 강력하고 본능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 메시지는 대중의 분노를 섹스처럼 자극했고, 민주당의 우아하지만 공허한 메시지와 달리 피부에 와닿았다. 반면 민주당은 경제와 민생이라는 본질적 싸움터를 외면하고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정체성 전쟁에 몰입하며 스스로의 몰락을 자초했다. 그들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고 오히려 분노와 소외만 키웠다.
내부 분열은 더 치명적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좌파 강경파와 현실주의적 중도파 사이의 치열한 암투가 펼쳐지고 있다. 강경파는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극단적 저항을 부추기며 전투적이고 파괴적인 태도를 고집하지만 중도파는 대중과 괴리된 이 태도가 결국 당을 완전히 파멸시킬 것이라 경고한다. 민주당은 지금 자신들 안에 내장된 모순과 폭력적 갈등 속에서 신음하며 자멸하고 있다. 트럼프가 만들어낸 정치적 폭풍 속에서 민주당의 내부 싸움은 마치 스스로 목을 조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