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 : 신정아 - 4001
신정아 책은 상당히 솔직하게 적혀있고, 그중에는 자신이 큐레이터로 일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그녀의 경험을 통해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 어쩌면 어리석은 일인지 알 수 있다. 이는 예술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예술과 인문학을 왜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나온다. 인문학이나 예술을 직업으로 삼으면 돈이 없다는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자기기만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즉, “나는 돈은 없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거다. 이 때문에 인문학과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돈을 더 못 벌게 된다. 돈을 혐오하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이것이 인문학과 예술의 함정이다.
오해는 말자. 나는 인문학과 예술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인문학과 예술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할 뿐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깊게 가보자. 왜 인문학과 예술을 전공하는 이들은 세속적 성공과 점점 더 멀어지는가? 생각해 보라. 그 누구도 가난해지기 위해 인문학과 예술을 전공하거나 직업으로 삼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이 앤디 워홀이나 비트겐슈타인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인문학과 예술의 바다에 빠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통장은 얇아지며 자신의 높은 철학적 식견과 예술 작품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계를 원망하게 된다.
왜 그런가? 이는 예술과 인문학의 본질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예술과 인문학은 ‘당위’를 다룬다. 즉, 이들은 눈앞에 있는 세계를 그대로 보지 않고 판단하며, 저기 어딘가에 ‘더 나은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술과 인문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