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 그때 그 시절 패밀리 리뷰

Blog - TV sereis - F is for Family Thumbanil

TV series 리뷰 : 넷플릭스 오리지널 – 그때 그 시절 패밀리 (10/10)

인간은 그 어떠한 일도 저지를 수 있다. 식물인간이 된 여성을 성폭행해서 임신시킬 수도 있고 3살 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때려서 죽일 수도 있다. 만물의 영장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인류는 – 내가 단 한 번도 동질감을 느껴본 적 없는 포유류의 한 종인 그들 – 이제 완벽하게 혼자가 되려고 하고, 이 시도 역시 성공할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외롭다고 생각했고 불행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누가 외롭지 않을까? 그 누가 불행하지 않을까? 나는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몇 가지 알약을 입 안에 털어넣고서 죽지 못해 사는 인간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끝내 자살한 나의 아버지, 공황장애에 시달려 나처럼 약을 달고 사는 어머니. 그리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상 속 사람들. 불행에 시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내게 행복감을 준다.

나는 미국과 서유럽이 아닌 곳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미국과 서유럽이 아닌 <나머지 세계> 중 한 곳에서 서구 문명의 잔부스러기들을 맛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여느 서구인들처럼 나 역시 강아지 한 마리를 집에다 들여놓았다. 이 조그마한 녀석은 내가 <인간>임을 기억하게 해준다. 나를 웃게 해주고 그렇게 내가 <감정>이라는 것을 – 단순한 화학 작용에 불과한 그것을 – 미약하게나마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완벽하게 혼자가 된지 몇 년이 흘렀지만 내 삶은 어떠한 어려움도 없다. 스마트 폰, 스마트 스피커 같은 기계들 덕분에 내 물리적 생활은 더할나위 없이 풍요롭다. 또한 교보문고에 쌓여있는 베스트셀러들은 자존감과 심리학을 들먹이면서 <당신이 옳다>, <남의 의견에 신경쓰지 않는 방법>,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당신>, <혼자여도 괜찮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것들은 내가 혼자라는 것에 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물질적, 정신적으로 내가 혼자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매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맥북 13인치에서 크롬을 열고 넷플릭스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1970년대 미국의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된다. 가족, 이웃, 친구, 동료 등 지금의 나에게는 매우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이들의 삶 역시 지금 나의 삶처럼 실망스럽고 부질없으며 불행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삶을 살아나간다. 불행을 가져다주는 삶 자체를 하나의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한때 유머라고 불렸던 것들로 – 지금 했으면 페미니스트들, 정치적 올바름을 목숨처럼 떠받드는 정의로운 멍청이들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었을 농담들로 – 삶에 찾아오는 역경들을 꾸역꾸역 극복해나간다. 가족들과 이웃들은 서로 싸우고 그리고 다시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면서 삶이라는 커다란 짐덩어리를 어떻게 해서든 굴려나간다.

나는 홀로 방에 앉아 암막 커튼으로 빛을 가리고 치킨을 뜯으면서 이들의 삶을 지켜본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던 그 때의 이야기를, 블랙 유머로 가득했던 한 시대의 삶을 배터져라 웃으면서 지켜본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간다. 그 시간 속에 나와 어머니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일은 없다. 그 시간 속에 나와 내 옆집에 사는 이름 모를 인간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일은 없다. 나의 어머니는 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아니, 내가 돈으로 고용한 몇 몇 장례 관련 업체 종사자들 곁에서 눈을 감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러니까 가끔은 돌아갈 수 없는 시대를 훔쳐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니까 가끔은 지금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던 시대를 훔쳐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니까 가끔은 인간이 함께였을 때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그리고 나쁜 일은 아니다.

김세라

Related Post

유나바머, 난 그를 이해한다 (맨헌트: 유나바머) 맨 헌트: 유나바머 리뷰 - 유나바머와 나는 생각의 뿌리는 달랐지만 결국 도달점은 같았다. 그리고 우리 둘 다 틀렸고 그 깨달음 역시 또 너무나도 늦게 찾아왔다. 유나바머는 감옥에서 자살했다. 난 유나바머를 이해한다. 나 역시 굵은 밧줄로 내 목을 몇 분간 조일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 작성하기

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hide comments
Follow
...
Back

Your cart

0

장바구니에 상품이 없습니다.

Total
0
Checkout
Empty

This is a unique website which will require a more modern browser to work!

Please upgrade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