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는 미화된 과거 기억에 대한 회상일 뿐이다

Stlye - Newtro

늦깍이 넷플릭스 유저가 발견한 것

유행에 아주 뒤쳐진 축에 속하지만, 2019년 1월 1일을 기해 비로소 나는 넷플릭스 유저가 되었다. 미자가 그렇게 “옥자야 옥자야!”를 외쳐댈 때에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넷플릭스인데 <스카이 캐슬>과 곧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기묘한 이야기> 때문에 드디어 넷플릭스 앱을 다운로드 받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를 구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레트로’라고 일컬어지는 ‘복고’가 드라마,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는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목매달아 마지않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빈티지함과 레트로 느낌을 제대로 살린 드라마라는 평이 많고 풍자적 내용이 대부분인 코미디 드라마 <그때 그 시절 패밀리>도 1970년대를 배경으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시리즈도 190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넷플릭스에서 가장 핫한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대부분 190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여러 작가와 연출자들 사이에서의 우연한 텔레파시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를 강타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이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까지… 사람들은 모두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했고 덕분에 무엇이든지 ‘빈티지스러운’ 것들을 파는 곳, ‘복고풍 인테리어’를 고수하는 곳은 갑자기 백종원의 솔루션이라도 받은 것처럼 수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노인들이나 다닐 법했던 동네인 종로의 익선동에서는 뙤약볕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한 접시에 2만원도 넘는 딸기 수플레 팬케이크가 재료 소진 되어 그 카페는 그 날 장사를 접어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특별할 것 없는 파스타를 파는 식당 또한 한옥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약도 하지 못할 만큼 붐비게 되었다. 심지어 신촌, 홍대, 서촌, 북촌 등 주말이면 만남의 광장이 되어버리는 곳에서 판매하는 파스타보다 가격은 2배 가량 비싸면서 양은 적고 맛은 그럭저럭 ‘평타’ 수준인 곳들이기에 제정신이라면 돈 아깝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그런 곳들인데도 말이다.

뉴트로에 대한 나의 생각

아차차, 이야기가 옆으로 흘러버렸다. 어쨌든 이런 복고 열풍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레트로에 새로운 컨셉을 가미한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것들을 ‘뉴트로(new+retro)’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뉴트로 열풍의 특이점을 잘 모르겠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고 또 해본 말이기도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샀던 청자켓, 한창 잘 입다가 유행이 지나버려서 옷장에 처박아뒀는데 지금 보니 올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네? 다만, 아주 똑같은 모양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앞 뒤로 새겨진 글씨나 그림이라던지 길이감 등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다. 그렇기에 조금만 수선하면 혹은 요즘 유행하는 티나 셔츠와 함께 매치하면 굳이 수선 없이도 잘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신발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골든구스 뺨치는 검댕 묻은 더러운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유행이기에 그대로 꺼내서 발만 구겨넣으면 끝! 돈 한 푼 안 들이고 유행하는 모든 것을 갖춘 ‘인싸’가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이 창조해낼 수 있는 것, 인간의 머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적인 요소는 거의 다 나왔다고 본다. 앞으로는 뭔가 새로운게 나오더라도 이 세상에 없던, 완전히 처음 보는 ‘창조’ 수준의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약간씩 변형하고 믹스앤매치 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과거의 것을 계속해서 차용할 수 밖에 없고 그걸 요즘의 것들과 섞어서 새로운 ‘트렌드’라고 내세우는 것이다. 사실 요즘의 ‘뉴트로’ 열풍도 new와 retro라는 단어를 조합해내어 기존에 없던 단어를 만들어냄으로써 뭔가 새로운 트렌드인 것마냥 내세웠을 뿐이지, 소위 ‘유행 돌려막기’에 불과한 것이다.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는 미화된다. 이것은 마치 현재의 연인이 날 속 썩였을 때, ‘아 전남친과는 적어도 이런 일로 싸우지는 않았는데…’ 하면서 과거 연인과의 관계를 미화하고, 버스비, 택시비, 공과금, 물가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오르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할 때면 ‘옛날에 우리 어렸을 때는 막대 아이스크림이 300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원이 넘는데다가 양도 적어졌어’ 라고 하며 옛날이 그립다는 식으로 아름답게 미화된 과거를 회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과거가 과연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기만 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전남친과는 비록 현재 문제되는 것으로는 싸우지 않았을지언정 더 한 문제들로 싸워 헤어졌을 확률이 아주 높으며, 그 옛날에는 300원도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힘들었던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빠르게 잊고(혹은 스스로를 합리화 해 ‘힘들었지만 그게 다 추억인거지’라고 좋게 기억하고 싶어한다) 또 행복했던 기억들은 더욱 강력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라마에서의 복고 열풍이나 유행, 스타일에서의 뉴트로 열풍은 정말로 과거의 것들이 지금의 것들보다 더 낫고 좋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만큼 현실이 너무 힘들고 팍팍하기 때문에 미화된 과거의 기억 속에서 현재의 힘듦을 잊어보고자 하는게 아닐까?

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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