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의 Kid A 리뷰, 심각해지는 것의 즐거움

Radiohead - Kid A Thumbnail Final

콜드플레이(Coldplay)를 세계 최고의 락밴드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 <Ghost Stories>를 제외하면, 콜드플레이에게서 뛰어난 앨범을 찾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콜드플레이는 훌륭한 <싱글>은 많이 발매했지만 훌륭한 <앨범>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오아시스(Oasis)를 세계 최고의 락밴드라고 말하는 것 역시 힘들다. 오아시스는 완벽에 가까운 2장의 <앨범>을 발매했지만, 그 후 5장의 앨범은 평범하거나 좋지 못했다. 갤러거 형제 특유의 스타성이 아니었다면, 오아시스는 더 버브(The Verve)처럼 한때 괜찮았던 밴드 정도로 남았을 것이다. 반면에 라디오헤드를 세계 최고의 락밴드라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발언이다. 1집을 제외하면, 그들의 모든 앨범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새롭고 발전된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라디오헤드가 만들어낸 수 많은 훌륭한 앨범들 중 <Kid A>가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4번째 앨범 <Kid A>를 발매하기 전, 라디오헤드는 이미 2집 <The Bends>와 3집 <OK Computer>를 통해 기타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는 라디오헤드에게 축복이자 저주였다. 그들이 만든 2집과 3집은 비틀즈나 바흐의 음악처럼 영원히 살 것이다. 하지만 그 앨범들을 만들어낸 라디오헤드는? 2집과 3집을 뛰어넘는 앨범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라디오헤드는 그대로 죽을 것이다. 뭐, 그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린킨파크(Linkin Park)나 그린 데이(Green Day)처럼 계속 자가복제를 해나가면서, 쇼맨쉽으로 밴드의 수명을 늘려나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음악들을 뛰어넘는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도 밴드의 생명과도 같은 기타를 버리고 전자음으로 된 음악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이건 무모한 도전이다. 라디오헤드 팬들은 ‘밴드음악’을 듣고 싶은 것이지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며,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밴드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얼마나 잘 만드나 보자며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 발매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즉, 실패할 경우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너무나도 무모한 시도를 라디오헤드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오로지 무모한 자들만이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쇤베르크라는 인간이 있었다. 그 역시 라디오헤드처럼 무모한 도전을 일삼으며 작곡가의 삶을 살아갔다. 쇤베르크는 서양음악사에서 처음으로 ‘무조(無調)’를 체계화 했다. 그리고 그는 조성 음악을 전복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성음악을 정화하기 위해 조성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음악의 질서이자, 음악적 아름다움의 원천이다. 하지만 몇 천 년의 시간이 지나자 조성 음악은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렸다. 한때 아름다웠던 조성 음악은 이제 자가 복제, 따분함, 지루함의 상징이 되어버렸고, 다시 조성 음악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조성을 살해함으로써 조성 음악을 정화할 필요가 있었다. 라디오헤드가 기타를 버린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이다. 전자기타는 혁명적인 발명품이다. 하지만 그 역시 클리셰가 버렸다. 전자 기타 사운드 안에서의 변화로는 절대로 전자 기타 음악을 살릴 수 없다. 그래서 라디오헤드는 전자기타를 살해하고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집어들었다. 그건 전자 기타 음악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 기타 음악을 정화하고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이후 라디오헤드는 더 이상 락밴드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라디오헤드는 그냥 라디오헤드다. 그들은 그들이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라디오헤드를 듣는 사람은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음악을 만들어냈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들의 앨범을 집어든다. 지금은 음악이 아무것도 아닌 시대다. 음악은 단지 휴대폰 대리점이나 올리브영에서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귀가 찢어지도록 크게 틀어놓거나 너무나도 큰 자신들의 에고를 자랑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난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우리 삶의 조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 <Kid A>를 듣는다.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틀리지 않았기를 가만히, 아주 가만히 바라본다.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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