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Oasis) : Definitely Maybe 앨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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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리뷰 : 오아시스(Oasis) – Definitely Maybe (10/10)

그들은 몰락한 도시 멘체스터에서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즉, 그들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 운명을 짊어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삶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들은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몇 시간을 걸어다녀야 했고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 하루 생계를 이어나갔다. 아버지로부터 수 차례 쳐맞은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사회 생활에 실패한 아버지가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몇 번을 쳐맞자 둘째 아들 노엘 갤러거는 말 더듬증에 걸렸다. 노엘이 잠을 자고 있을 때, 아버지는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그의 온 몸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휘갈겼다. 노엘은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언제 아버지가 들어와서 때릴지 몰라 몸을 벌벌 떨었다. 막내 아들 리암 갤러거는 그 모든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막내 아들인 리암만이 아버지에게 맞지 않았다. 어려서 때릴 맛이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거지같이 흘러갔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은 가난한 자들에게 일체의 관심이 없다. 그들은 루저이며,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성공한 수 많은 사람들을 봐라.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 이 루저들아. 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 어머니인 페기 갤러거가 용기를 냈다. 폭력, 알콜중독, 도박에 빠진 남편에게 지친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에 집을 탈출했다. 남편에게 들켰다면 페기 여사는 몸이 박살나도록 쳐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 셋을 데리고 기어이 탈출에 성공한다. 이 역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기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서까지 용기를 내는 사람 대부분은 어머니들이다. 갤러거 형제는 그렇게 첫 번째 구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윽고 두 번째 구원이 찾아온다.

노엘 갤러거는 비틀즈의 앨범 를 듣고 꿈이란 걸 꾸기 시작한다.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그는 비틀즈의 음악을 듣자 어떤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과는 다른 어떤 세상,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어떤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게 된다. 더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더 스미스(The Smith) 등의 음악 역시 노엘 갤러거에게 이러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후, 노엘 갤러거는 삶을 긍정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통째로 무너지는 경험을 했던 그였지만, 도저히 이 엿 같은 가난과 하기 싫은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삶을 사는 그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세상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가지고 싸구려 기타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는 단 한번도 쓰레기 같은 세상에 대한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이 발견한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노래만을 만들었다. 그곳이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곳이라 할지라도.

락앤롤은 이렇게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노엘 갤러거, 그리고 천재적인 보컬이기도 한 그의 동생 리암 갤러거가 오아시스를 결성하면서 락앤롤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는다. 그 전에는 너바나(Nirvana)가 있었다. 언제나 자살하고 싶다고 노래하는, 이 세상이 싫다고 노래하는 너바나가 있었다. 오아시스는 너바나를 좋아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쓰레기 같다고 여겼다. “커트 코베인(너바나의 보컬이자 리더)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항상 죽고 싶다고 노래했어. 나는 씨발 오줌 쌀 요강도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 난 죽고 싶지 않아. 난 영원히 살거야.” 삶에 대한 절대적 긍정. 쓰레기 같은 세상에 굴복해서 자포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향해서 뚜벅뚜벅 앞으로 가겠다는 다짐. 이것이 락앤롤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락앤롤이다. 그러니까 락앤롤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3번째 트랙 ‘Live Forever’는 오아시스가 어떤 밴드인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을 봐. 우리는 영원히 살거야.” 그래. 세상에는 눈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다. 오아시스에게 비틀즈의 음악이 그랬듯이 내게는 오아시스의 음악이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그래. 난 죽고 싶지 않다. 난 살고 싶다. 세상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살고 싶다. 누군가는 이 앨범이 락앤롤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라고 말한다. 난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귀는 정확하다. 이 앨범을 듣는 당신과 나, 우리는 영원히 살 것이다.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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