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통의 조선 세비지를 분석한다

제이통은 심연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음악 듣기 : 제이통 – 조선 세비지

1. 제이통과 표현주의

우리는 이제 제이통의 예술 작품을 분석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가 제이통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제이통의 예술 작품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은 아예 다른 것이며 예술가에서 예술 작품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오직 병신이거나 멍청하거나 오만한 사람만이 한다. IS-LM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케인스 평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예술가는 예술가고 예술 작품은 예술 작품이다.

제이통의 <조선 세비지>를 들어보자. 우리는 그의 음악에서 앙리 마티스나 뭉크같이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정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갱이 그랬던 것처럼 태초 인류의 정신을 찾으려는 흔적 또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이통과 마티스, 그리고 뭉크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세계는 결코 하나가 않다.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인간은 관념을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인간은 절대로 세계 그 자체를 볼 수 없으며 언제나 자신이 해석한 세계를 볼 뿐이다.

그렇다면 제이통과 앞서 내가 언급한 표현주의 화가들은 어떤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가? 제이통은 인간 이성이 닿을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어떠한 것이 세계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감정, 어떤 열망, 어떤 에너지가 인간 삶의 근원이며 이러한 것들은 이성으로 포착될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어떤 노래에서 자신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란 무엇인가? 제이통이 민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닐 것 같다. 그는 이렇게 인간이란 법으로 규정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가진 존재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예술작품을 통해 바로 그것에 다가가고자 하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성으로 닿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삶의 근원을.

 

2. 제이통과 이성의 몰락

그가 이성을 불신하는 건 그가 아마 예술적 직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결코 자신의 음악에 다프트 펑크 같은 사운드를 쓰지 않을 것이다. 제이통이 느끼기에 다프트 펑크의 사운드는 너무 정제되어 있고 너무 이성적이며 너무 협소하고 너무 딱딱하다. 그가 사운드를 선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너바나의 음색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정제되지 않고 이성으로 정리할 수 없으며 감정 그 자체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사운드가 그가 생각하는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음색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이성이 몰락한 이후 – 우리는 그 시점을 세계대전 이후라고 본다 –에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이다. 나는 앞서 몬드리안를 말하며 이성이 붕괴되었을 때 인간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표층에 머문다고 말했다. 이제 또 다른 종류의 인간을 말하겠다. 이 인간들은 표층에 머물러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이들은 심연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이성은 죽어서 이성으로는 심연으로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심연으로, 태초로 들어가야 하는가? 바로 인간의 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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