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 매직 인 더 문라이트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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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우디 앨런 – 매직 인 더 문라이트 (7/10)

살면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LG 트윈스를 좋아한다거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먹는다거나 아니면 잭슨 폴록이 뛰어난 예술가라고 말하는 것들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 난 목사님의 시덥지 않은 설교 – 정확히 혜민 스님의 설법과 비슷한 수준의 그것 – 를 듣고, 그 어떠한 성령도 내게 강림하지 않은 것을 느낀 채 셀 모임에 왔다. 거의 모든 교회의 셀 모임이 그렇듯, 우리는 <누가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대결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병신들은 서로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힘든 일주일을 보냈는지 푸념해댔고 너무나도 착한 셀 리더 언니는 우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해줬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저번 달에 우연히 카페에서 셀 리더들이 모여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들은 엿같이 푸념만 해대는 셀 멤버들이 지긋지긋하다며 거의 울다시피 했고, 아무리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지만 셀 리더를 맡게 된 것을 너무 후회한다고 말했다. 난 그들을 백 퍼센트 이해했고 그랬기에 내 앞에서 저렇게 똘망똘망한 눈으로 개소리들에 공감을 표해줘야 하는 셀 리더 언니가 고맙기보다는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푸념 후 잡답을 나눌 때 더 심각해진다. 두개골 속에 뇌 대신에 돼지 창자를 집어 넣은 한 남자 아이는 갑자기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읽을 법한 정치 이야기를 해대더니 <하나님도 게이셨어.>라고 말했다. 씨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덧붙이자면 난 게이 혹은 성소수자에 대해서 그 어떠한 적대감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들이 항문에 성기를 집어 넣는 것 역시 인간 세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게이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그 어떤 신학적, 철학적 함의가 저 짧은 문장 안에 내포되어 있는 것일까? 뭔지는 몰라도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난 가만히 아이폰 메모 앱을 열고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목록에 <하나님은 게이시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우리는 굳이 여행에 가지 않더라도, 단지 몇 명의 인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매우 넓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무엇보다 이해하고 싶었던 것은 <삶> 그 자체였다. 나는 왜 태어났으며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약 7살이 되었을 무렵 난 할머니와 함께 있었고 저녁 8시에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었다. 하지만 9시, 심지어 10시가 넘어도 엄마는 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엄마가 하는 일이 길어졌다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녀가 와서 나를 데리고 아파트로 데려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어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차는 불길에 휩싸이고 있고, 엄마는 차 밑에 깔려서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내 앞에 펼쳐졌고 난 공포에 질려 엉엉 울어버렸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엄마가 왔고 나는 예정대로 엄마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난 그 때 이후로 결국 모든 것이 끝나게 되어있으며, 설사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절대로 바뀌지 않으며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즉, 나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으며 그저 우연히, 혹은 나의 어머니가 나를 낙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났을 뿐 특별히 나의 탄생이나 존재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사실이었고, 난 그렇게 기독교의 언저리를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애니 홀> 이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낸 영화 감독 우디 앨런은 이런 면에서 내게 항상 위로를 준다. 그는 스스로 만든 거의 모든 영화에서 삶이 단지 기계적이고 공학적이며 이성적으로 설명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현대 사회의 명제에 물음을 던진다. 삶은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떠한 커다란 섭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것과 죽음을 맞는 것은 단순한 허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우디 앨런이 이렇게 삶의 의미를 찾으려하는 필사적인 노력을 보여준다. 양녀 성추행 의혹을 겪은 뒤 세상은 그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에게 제기된 수많은 끔찍한 의혹 중 단 하나도 진실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스튜디오는 이미 만들어진 그의 영화를 배급하지 않았고, 배우들은 앞다투어 <나는 절대로 우디 앨런 영화에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을 하면서 언론들이 박수 쳐주기를 기다린다. 삶은 정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우디 앨런은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 단지 자신의 바람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 아닐까? 세상은, 세상은 정말 쓰레기 같은 곳이다.

–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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