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책 리뷰

I See Satan Fall like Lightning

책 리뷰 : 르네 지라르 –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10/10)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녀의 부모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저는 가슴이 벅차고 너무나도 큰 기쁨에 사로잡혔습니다. 제가 그녀를 죽인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멘탈이 약했을 뿐이죠. 저는 제가 가장 잘 하는 두 가지 일을 했을 뿐입니다. 캡쳐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트위터에 올리는 것 말입니다. 그녀는 제 대학교 동기였고 정말 꼴보기 싫은 계집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작가로 성공하자며 각자 글들을 인터넷에 올리곤 했었죠. 제 글은 인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공유는 커녕, 조회수도 한 자리에 불과했죠. 그런데 그녀의 글은 어느 날 인기를 얻더니, 여기저기 공유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극심한 증오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과 교수님의 사진을 합성해서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나 사실 얘 아는데, 교수님한테 몸 대주는 애야. 그걸로 학점도 따고 그랬어.” 뭐, 대충 이런식으로 올렸을 겁니다. 제 글이 처음으로 인기를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기자님. 당신이 내게 물은 건 이게 아니었죠? 당신은 내 글 “Fuck you, 스타트업”에 대해서 끈질기게 물어오셨죠. 내가 누구냐, 몇 살이냐,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한 적이 있느냐, 심지어는 <글을 쓴 의도가 무엇이냐>라는 멍청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말입니다. 그것도 매우 예의가 없이 물어오셨죠. 저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기자란 작자들은 원래 자신들에게 <남들을 불쾌하게 만들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니까요. ‘진실’을 추구한다는 허황된 말을 해가면서 언제나 타인들의 사생활이나 캐고 다니는 것이 당신의 전공이라는 걸 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당신이 추구하는 것은 진실이라기 보다는 당신의 기사가 올라간 흉물스러운 웹사이트로 네티즌들을 유혹해, 끔찍하기 짝이 없는 구글 애드워즈 광고를 클릭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 글 “Fuck you,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서 말하는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자살한 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오히려 이것이 당신이 환장한 그 <트래픽>을 끌어오는데 더 제격일 것입니다.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는 악마가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악마를 ‘충동’, ‘욕망’ 그리고 ‘남을 따라하고자 하는 본능’ 이렇게 부릅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욕을 지껄이는 것을 꺼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악마를 깨우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첫 번째 돌만 던지면 됩니다. 제 트위터가 그 ‘첫 번째 돌’의 역할을 했죠. 제가 그녀에 대해 악랄한 정보를 퍼뜨리자 놀랍게도 어떤 사람이 제 주장이 맞다고 말하면서, 자기도 그녀가 걸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쓰레기 같은 트윗은 리트윗이 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걸레’, ‘창녀’ 같은 것들로 불렸고 그녀의 글이 좋다고 했던 사람들은 “사실 나 그 글 별로였어. 좋다는 사람들 이해가 잘 안 가네.” 같은 말들을 조잡한 히히덕거림과 함께 뱉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대중들에게 그녀는 악마가 되었던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악마를 마주한 인간들은 자기들 마음 속에 있는 <숨겨진 악마>를 보지 못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악마가 되었고, 그녀가 죽을 때까지 대중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모욕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을, 5분에 한 번씩 트위터를 열어대는 장애에 가까운 뇌를 가진 정신병자들이 모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대학 동기인 그녀는 그렇게 자살을 했습니다. 그녀의 멘탈이 약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없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좋은 대학이라는 <똑같은 것>을 욕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입니다. 학급 안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닙니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원하고 있고, 그것을 얻지 못하도록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입시를 포기한 학생 뿐입니다. 그 학생만이 나와 같은 것을 욕망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어느 날, 이렇게 긴장감이 가득 찬 반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저희 반에 있던 한 아이의 문제집을 물로 적신 다음에 사방으로 찢어버렸습니다. 그녀가 제 수행평가를 베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첫 번째 돌을 던졌습니다. 본래 약하고 소심했던 그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두려움에 벌벌 떨어댔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머리에 분필 가루를 들이부었습니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습니다. 반 아이들은 제 증오를 또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쟤 저번에도 내꺼 베꼈어.”라고 다른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마 거짓말이었겠죠.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 아이는 이제 악마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가 더 용감하게 저 악마를 무찌르는가>하는 경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계란을 가지고 와서 그 아이의 머리 위로 깨뜨리기도 했습니다. 긴장감이 팽배했던 교실은 갑자기 평화로워졌습니다. 어제까지 우리는 대학 입시로 경쟁하는 사이였지만, 이제는 그 아이라는 <악마>를 무찌르는데 함께 힘을 모으는 동료가 된 것입니다. 학급 안에서 누가 “왕따를 멈춰!”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누가 집단적 광기 앞에서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말 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상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기자님, 인간은 ‘화합’을 통해서 평화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평화를 얻습니다. 이때 대개 약한 자들이 배제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인간은 폭력을 통해 그 배제된 대상을 살해합니다. 그 아이 역시 자살했습니다. 저희 반 선생님은 그 아이의 부모에게 “학업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는 같잖은 이유를 들이밀었습니다. 그 말은 즉, ‘당신 딸이 죽은 것은 내가 알바 아니니 꺼져라’라는 말과 같은 소리입니다.

평화가 있는 곳에는 항상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기자님. 평화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죽임으로써만 찾아오는 겁니다. 제 대학 동기를 괴롭힐 때 트위터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연대>가 일어났습니다. 제 대학 동기를 배제함으로써 트위터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죠. 고등학교 때 사건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기자님, 인간 안에는 악마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보이는 악마>를 만들면서 자신들 안에 있는 악마를 보지 못합니다. 인간을 상대할 때는 항상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를 고려해야 합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너무나도 잔인하며, 스스로 정의롭다 믿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쓰레기 같은 존재입니다. 예수를 죽인 것이 누구입니까? 사탄은 예수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를 죽인 것은 인간들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악(惡)’에 있어서 사탄을 능가합니다. 제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르네 지라르의 책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를 읽어보세요. 저보다 훨씬 더 분명하고 훌륭하게 인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르네 지라르는 세상에 만연한 폭력성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기자님 당신도 인간이 두려워질 것입니다.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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