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EUV 리소그래피,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는 신의 기술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가 반도체 웨이퍼에 정밀한 회로를 새기는 모습을 표현한 개념적 이미지.

The Economist 2025년 3월 15일호

Article: The race is on to build the world’s most complex machine

에너지가 폭발하는 금속 방울이 진공 속에서 터진다. 22만 도가 넘는 플라즈마가 눈부신 극자외선(EUV) 빛을 뿜어내고, 이 빛이 반도체 웨이퍼 위에 70층이 넘는 고층 건물을 쌓아올린다. ASML이 창조한 이 빛은 오늘날의 AI, 스마트폰, 데이터 센터, 슈퍼컴퓨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근본 에너지다. 인류 문명의 한가운데서 네덜란드의 그 작은 도시 근처에 자리 잡은 이 거대 기업은 더 이상 '기업'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초월적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반도체 산업의 신이며, 모든 첨단 기술의 생살여탈권을 쥔 '제우스'다.

그러나 역사상 어떤 제국도 영원하지 않았듯이 지금 이 신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도전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는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 자체 EUV 장비를 만들려는 중국이다. 다른 하나는 완전히 다른 방식, 즉 나노임프린트(NIL)를 무기로 삼은 캐논이다. 두 집단 모두 심장에서 불길이 타오르듯 야심을 뿜어내지만 그들이 과연 이 황제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쉽게 예견하기 어렵다.

ASML은 결코 단순한 '리소그래피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이들의 리소그래피 장비는 매년 5,000곳이 넘는 전문 부품업체의 피와 땀으로 조립되는, 무려 150톤에 달하는 역작이다. 진공에서 날아다니는 주석 방울 5만 개에 레이저를 때려 극초단파 플라즈마를 만들어내고 그 미세 파장을 구부리고 반사하는 수십 개의 초정밀 거울은 모두 광학물리학의 정점에 서 있다. 그래서 AI 반도체든 스마트폰의 SoC든, ASML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 중국이 이 흐름을 되돌려 보겠다며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국이 ASML의 최첨단 EUV 장비를 막아버리자 중국은 구형 DUV 장비를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멀티 패터닝 기법으로 7nm대의 공정을 억지로 구현하기 시작했다. 또 국영 반도체 장비 회사 SMEE를 중심으로 '자체 EUV 개발'이라는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길은 황량한 사막을 맨몸으로 횡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ASML의 뒤에는 독일, 스위스, 일본 등 부품 공급망을 지배하는 고수들이 버티고 있고 각 요소마다 정밀도와 노하우가 수십 년 동안 축적되어 왔다. 인간의 욕망이 아무리 넘쳐나도 지금 당장 이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캐논의 접근법은 더 흥미롭다. 아예 '광학'의 한계를 부수고, 말 그대로 금속 스탬프로 회로를 찍어내는 나노임프린트(NIL)를 시도한다. 이론상 NIL은 파장이나 거울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기에, 더 높은 해상도를 훨씬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먼지 한 톨만 묻어도 웨이퍼 전체에 불량이 퍼진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고, 웨이퍼의 70층을 정렬시키려면 1nm 이내의 오차로 쌓아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시간당 웨이퍼 처리 속도(throughput)가 ASML EUV 장비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가장 관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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