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2일호
Article: There is a vast hidden workforce behind AI
세상은 인공지능(AI)이라는 신기루에 홀린 듯 열광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창조하며, 인간의 노동을 종식시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연일 미디어를 뒤덮는다. 그러나 그 화려한 무대 뒤편, 실리콘밸리의 번쩍이는 크롬 외관 아래에는 땀과 눈물, 그리고 때로는 착취로 얼룩진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신생 강자가 저렴한 거대 언어 모델을 내놓으며 AI 구축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지금 하드웨어, 에너지, 데이터라는 익숙한 변수 외에 간과되어 온 또 하나의 결정적 투입 요소, 바로 '인간 노동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편리하게 외면되어 온, 그러나 AI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가장 밑단을 받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대중에게 AI는 로봇과 자동화, 일자리 소멸의 동의어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수백만 명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AI 모델이라는 현대의 신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훈련시키기 위해 도로 이미지 속 객체에 태그를 달고, 음성인식 시스템을 위해 오디오 녹음 속 단어를 분류하는 작업. 컴퓨터가 데이터셋 구성 요소와 인간적 의미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파악하도록 맥락 정보를 부여하는, 소위 '어노테이션(annotation)'이라 불리는 이 지난한 과정은 AI 산업의 가장 '섹시하지 않은(unsexy)' 부분이다. 데이터 기업 스케일 AI(Scale AI)의 대표 알렉스 왕의 표현처럼 말이다. 심지어 우리가 무심코 클릭하는 CAPTCHA의 얼룩말 건널목 사진 선택조차, 거대한 AI 훈련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기계 지능의 탄생은 결코 무(無)에서의 창조가 아니다.
이 노동력의 상당 부분은 세계의 빈곤 지역으로 아웃소싱된다. 풍부한 교육 인력이 저렴한 노동력으로 전락하는 곳.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JD.com과 같은 기술 대기업과 손잡고 벽지에 어노테이션 일자리를 공급하며 '디지털 실크로드'를 포장하지만 그 실상은 저임금 노동력 착취의 새로운 형태일 수 있다. 인도의 IT 산업 협회 나스콤(Nasscom)은 2030년까지 이 분야 매출이 70억 달러에 달하고 1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 예측한다. 인도 전체 IT 산업 규모(하드웨어 포함 연 2540억 달러, 고용 550만 명)에 비추어 볼 때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이 숫자 뒤에는 시간당 4~8달러의 저임금, 컴퓨터 활동을 추적하는 감시 도구, 느린 작업 속도에 대한 불이익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숨겨져 있다. 미시간의 데이터 노동자 크리스탈 카우프먼의 지적처럼, 기술 기업들은 이 노동력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다. "그들은 마법을 팔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절로 일어난다는 환상이죠. 마법이라는 부분을 걷어내면 AI는 그저 또 다른 상품일 뿐입니다." 이 얼마나 정확한 통찰인가. 화려한 마법 뒤에 가려진, 땀 흘리는 인간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시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때 어노테이터들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부모'에 비유되었다. AI의 대모라 불리는 페이페이 리가 2000년대 중반 이미지넷(ImageNet) 구축 당시, 대학생 아르바이트로는 90년이 걸릴 작업을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를 통해 전 세계 노동력을 동원하여 2년 반 만에 해낸 일화는 이 산업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기술은 변하고, AI는 더 이상 걸음마 단계의 아기가 아니다. 최신 모델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지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쩌면, 자라난 아이에게 더 이상 부모의 세세한 가르침이 필요 없듯 AI 역시 그 '부모'였던 어노테이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