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왜 애경산업을 팔고 제주항공을 살리려고 하나?

애경산업 본사와 제주항공 여객기, 양쪽을 저울질하는 이미지

세상 보기 : 한국 사회 읽기, 2025년 4월 18일

애경그룹이 그룹의 모태(母胎)이자 반세기 넘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해 온 애경산업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단순히 한 기업 집단의 자산 재조정을 넘어 한국 재벌 시스템의 오랜 딜레마와 전략적 선택의 무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이다. 마치 역사의 뿌리를 잘라내어 위태로운 새 가지에 수액을 공급하려는 듯한 이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어째서 견고한 기반인 애경산업보다 끊임없이 자본을 요구하며 위태로워 보이는 제주항공을 우선하는가? 이는 단순한 수익성 비교를 넘어선, 그룹의 미래 정체성과 성장 동력에 대한 애경의 고뇌와 결단을 반영한다.

애경산업은 1954년 비누 공장으로 시작하여 '케라시스', '2080'과 같은 브랜드를 통해 국민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애경그룹 그 자체의 역사이자 정체성이다. 화학 및 생활용품, 화장품 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반면,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시대를 열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항공업 특유의 높은 변동성과 막대한 초기 투자 및 유지 비용,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애경은 이토록 불안정한 날개인 제주항공을 위해 굳건한 뿌리인 애경산업의 희생까지 감수하려 하는가?

첫째, 이는 '규모의 경제'와 '미래 성장성'에 대한 전략적 베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생활용품 및 화장품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깝고, 해외 시장 개척은 치열한 경쟁 속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요구한다. 이에 반해 항공 운송업은 비록 변동성이 크고 이익률이 낮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위상과 함께 훨씬 큰 규모의 매출과 시장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될 국제 교류와 여행 수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허브 공항으로서 인천의 역할 증대 등을 고려할 때, 항공업은 애경그룹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잠재적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애경산업의 안정성에 기댄 현상 유지보다는 제주항공을 통해 그룹의 외연을 확장하고 새로운 성장 신화를 쓰겠다는 야심 찬, 그러나 위험 부담이 큰 도박에 가깝다. 이는 현재의 안정성보다 미래의 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어쩌면 재벌 특유의 성장 지향적 DNA의 발현일 수도 있다.

둘째, 제주항공에 대한 애경그룹의 집착은 이미 투입된 막대한 '매몰 비용(sunk cost)'과 LCC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 유지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제주항공 설립 이후 애경그룹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왔다. 팬데믹 기간 동안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며 버텨온 시간과 자원은, 이제 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비용이 되었다. 또한, 제주항공은 국내 LCC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왔다. 여기서 밀려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을 접는 것을 넘어, 그룹의 자존심과 시장에서의 위상 하락을 의미한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라는 거대한 지각 변동 속에서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한 LCC 시장 재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제주항공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 경쟁 구도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애경산업 매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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